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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 기호 읽는 법

발음 기호 읽는 법
노트에 필기하는 학생 (사진: Pexels)
목차 7
  1. 기호를 감싼 것들
  2. 한국인이 못 구별하는 소리 쌍
  3. 한국어 표기가 만드는 오해
  4. 영국식과 미국식 기호가 다르다
  5. 어떻게 연습하나
  6. 완벽할 필요는 없다
  7. 정리

사전에서 단어를 찾으면 `/ˈvɪlɪdʒ/` 같은 것이 함께 나옵니다. 대부분 그냥 지나칩니다. 뜻만 보고 발음은 짐작하거나 음성 재생 버튼을 누릅니다.

그런데 기호를 읽을 줄 알면 몇 가지가 달라집니다.

  • 사전만 보고 발음을 알 수 있습니다
  • 한국어 표기가 왜 원음과 다른지 알게 됩니다
  • 내가 어떤 소리를 못 내는지 스스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전부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인이 특히 헷갈리는 것만 알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기호를 감싼 것들

먼저 표기 규칙입니다.

  • `/ /` — 음소 표기. 사전에서 쓰는 것
  • `[ ]` — 더 정밀한 표기. 학술용
  • `ˈ` — 이 기호 바로 뒤 음절에 강세. 앞이 아니라 뒤입니다
  • `ˌ` — 약한 강세
  • `ː` — 앞의 모음을 길게

`/ˈvɪlɪdʒ/`이면 첫 음절 `vɪ`에 강세가 있다는 뜻입니다. 강세 위치가 발음의 절반입니다. 강세가 틀리면 소리가 맞아도 못 알아듣습니다.

한국인이 못 구별하는 소리 쌍

여기가 핵심입니다. 한국어에 없는 대립이라 듣지도 내지도 못하는 쌍들입니다.

/f/ vs /p/

한국어에 `f`가 없습니다. `coffee`를 "커피"로 적으니 `p`로 굳습니다.

  • /f/ — 윗니를 아랫입술에 대고 바람을 흘립니다
  • /p/ — 두 입술을 붙였다 터뜨립니다

`fan /fæn/` vs `pan /pæn/`, `coffee /ˈkɒfi/`

/v/ vs /b/

같은 이유입니다. `video`를 "비디오"로 적습니다.

  • /v/ — /f/와 같은 입 모양인데 목이 울립니다
  • /b/ — 두 입술

`vote /vəʊt/` vs `boat /bəʊt/`

/r/ vs /l/

한국어의 ㄹ은 이 둘의 중간쯤입니다.

  • /r/ — 혀끝이 어디에도 닿지 않습니다. 안쪽으로 말립니다
  • /l/ — 혀끝이 윗니 뒤 잇몸에 붙습니다

`rice /raɪs/` vs `lice /laɪs/`, `right` vs `light`

닿느냐 안 닿느냐만 기억하면 됩니다.

/θ/ /ð/ vs /s/ /d/

`th` 소리입니다. 한국어에 없어서 `s`나 `d`로 대체됩니다.

  • /θ/ — 혀끝을 이 사이에 살짝 넣고 바람. `think /θɪŋk/`
  • /ð/ — 같은 자리인데 목이 울립니다. `this /ðɪs/`

/æ/ vs /e/

둘 다 "애"로 적히지만 다른 소리입니다.

  • /æ/ — 입을 더 크게 벌립니다. `cat /kæt/`, `bad /bæd/`
  • /e/ — 보통의 "에". `bed /bed/`

`bat`와 `bet`이 구별되지 않으면 이 쌍을 못 잡은 것입니다.

/ɪ/ vs /iː/

"이"로 뭉뚱그려집니다.

  • /ɪ/ — 짧고 느슨한 이. `sit /sɪt/`
  • /iː/ — 길고 팽팽한 이. `seat /siːt/`

`ship` vs `sheep`, `live` vs `leave`

길이보다 입 모양의 긴장도가 핵심입니다.

/ə/ — 슈와

가장 흔한 모음인데 한국어 표기에서 사라집니다.

강세가 없는 음절의 모음은 대부분 /ə/로 뭉개집니다.

  • `banana /bəˈnɑːnə/` — 첫 a와 마지막 a가 둘 다 슈와
  • `computer /kəmˈpjuːtə/` — 첫 음절이 "컴"이 아니라 힘 빠진 소리

슈와를 또박또박 발음하면 오히려 안 통합니다. 영어는 강세 있는 음절만 살리고 나머지를 죽이는 언어입니다. 이게 한국어와 리듬이 다른 근본 이유입니다.

한국어 표기가 만드는 오해

외래어 표기법은 한글로 적기 위한 규칙이지 발음 안내가 아닙니다.

한국어 표기실제무엇이 다른가
커피/ˈkɒfi/f가 p로
비디오/ˈvɪdiəʊ/v가 b로
라이스/raɪs/r과 l 구분 없음
컴퓨터/kəmˈpjuːtə/강세와 슈와가 사라짐
맥도날드/məkˈdɒnəldz/강세 위치가 다름
오렌지/ˈɒrɪndʒ/강세와 모음이 다름

한국어 표기를 기준으로 발음을 만들면 원음에서 멀어집니다. 기호를 읽을 줄 알아야 이 함정을 피합니다.

영국식과 미국식 기호가 다르다

사전에 두 개가 나란히 적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 `car` — 영국 /kɑː/, 미국 /kɑːr/ — 미국은 r을 발음합니다
  • `dance` — 영국 /dɑːns/, 미국 /dæns/
  • `schedule` — 영국 /ˈʃedjuːl/, 미국 /ˈskedʒuːl/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섞지 마세요. 하나를 정해 따라가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시험 듣기는 시험마다 기준 억양이 다릅니다. 그 이야기는 필리핀 영어와 미국 영어, 무엇이 다른가에서 다뤘습니다.

어떻게 연습하나

① 사전에서 기호를 먼저 보고 소리를 냅니다.

음성 버튼을 누르기 전에 기호로 짐작해 발음해 봅니다. 그다음 음성을 들어 맞춰 봅니다. 이 순서가 중요합니다.

② 최소 대립쌍으로 연습합니다.

`ship/sheep`, `rice/lice`, `bat/bet`처럼 한 소리만 다른 단어 쌍을 짝지어 반복합니다. 혼자 하면 잘 되는데 상대에게 들려주면 구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③ 강사에게 판정을 맡깁니다.

1:1 수업에서 두 단어 중 하나를 말하고 어느 쪽으로 들렸는지 맞혀 달라고 하세요. 이게 가장 정확한 피드백입니다. "발음 고쳐 주세요"보다 훨씬 구체적입니다.

④ 녹음해서 들어 봅니다.

자기 발음은 입 안에서 들리는 소리와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다릅니다. 녹음으로만 확인됩니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원어민처럼 발음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상대가 알아듣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선순위를 매기면 이렇습니다.

  1. 강세 위치 — 여기가 틀리면 못 알아듣습니다
  2. 최소 대립쌍 — 의미가 바뀌는 소리 (rice/lice)
  3. 슈와 — 리듬이 자연스러워집니다
  4. 나머지

1번이 압도적으로 중요합니다. 개별 소리가 조금 어긋나도 강세만 맞으면 대체로 통합니다.

정리

  • 기호를 읽으면 사전만으로 발음을 알 수 있습니다.
  • `ˈ`는 뒤 음절에 강세. 강세가 발음의 절반입니다.
  • 한국인이 헷갈리는 쌍은 f/p, v/b, r/l, θ/s, æ/e, ɪ/iː입니다.
  • 슈와(/ə/)를 또박또박 읽으면 오히려 안 통합니다.
  • 한국어 표기는 발음 안내가 아닙니다.
  • 우선순위는 강세 → 최소 대립쌍 → 슈와 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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